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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기 위한 일상 -여행일지

QWER을 사랑하긴 내 취향이 정말 문제였다. 본문

QWER에게 부치지 않을 편지

QWER을 사랑하긴 내 취향이 정말 문제였다.

dian11 2024. 10. 23. 23:24

QWER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번지고 볼때마다 사랑스럽고 눈에 띌때마다 이 세상 모든 번뇌를 해탈에 이르게 한다. 얼마 전 팬까페에서 얻은 포카로만 미니 앨범을 만들어 출퇴근 길마다 상시로 들여보면 어떻게든 힘겨운 하루를 이겨낼 수 있다. 
 
물론 앨범에서 얻은 포카들도 사랑스러워 죽겠지만 이건 책상에 전시 중이니 약간 용도가 다르다. 
 
어쨌든 하루의 활력을 얻게 해주는 QWER 을 왜 데뷔 1년이 다 되서야 좋아하게 됐을까.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내게는 다른 명확한 이유가 있다. 바로 [가짜 아이돌] 때문이다. 
당연히 노래가 문제가 아니다. 노래는 영감을 주신 하늘에 계신 분께 다섯번 정도 연속으로 기도를 올려도 모자람 없다. 가사는 흠 잡을 데 없다. 아니, 흠잡는 다는 발상 자체가 모독적이다. 연주는 천사들의 합창이 이런게 아닐까 싶을 만큼 아름답다. 
드럼 완벽, 베이스 최고, 기타 감사, 보컬 강림. 천상의 하모니가 따로 없다. 심지어 프로듀서는 전소연님. 내가 좋아해서 앨범을 살만큼 대단한 아이돌 분이다. 
딱 하나. 
그것도 나한테만 문제인 딱 하나. 
 
빨간 머리다. 
디스코드와 고민중독 부른 밴드가 신곡을 냈다기에 뮤비를 재생했던 내가 바로 꺼버렸던 단 하나이자 가장 큰 문제다. 
나는 정말로 빨간색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일상 생활에 빨간 글자, 약간의 빨간색은 괜찮다. 딸기나 사과의 빨간색은 문제가 아니다. 빨간 글씨, 아이콘, 도구. 받아 들일 수 있다.
 
빨간 머리. 도저히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 외국에서 나오는 진저헤어- 빨간머리-처럼 갈색끼가 섞인게 아니라 온전한 생 빨간머리. 
 
 
2002년이 내게 힘든 해였단 걸 이제 와서 설명할 필요 없겠지. 4강 신화는 내게도 아름다운 추억인데 붉은 악마는 좀 다르다.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을 좋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빨간색 옷은 입을 수 있다. 시선을 밑으로 내리지 않고 거울을 안 보면 된다. 
 
 
분홍색은 내 취향이 잘못됐단 걸 인정하고 탐독할 수 있었는데 빨간색은 정말 차원이 달랐다. 공연에서 노래는 들었지만 아직까지 가짜 아이돌 뮤비를 보지 못했다. 
 
 
그래도 힘내라고 나야. QWER 이다. 네가 가진 고난과 역경을 '따위'로 만들 수 있는 위인이야. 붉은 가발은 받아들이라고. 곡 좋잖아. 넌 팬이야. 바위게라고. 
 


마음을 바로 잡고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앨범을 열었다. 컨셉은 잔혹동화일까? 정말 웃긴게 나는 피는 볼 수 있는데 빨간 머리와 배경은 못본다. 차라리 피라고 생각하면 볼 수 있을까. 


일단 CD는 최애 쵸단님이다. 감사합니다! 



명함은 시연님이다. 앨범 3연속 시연님이 나와주셨다. 감사합니다 시연님, 시연님에 대한 제 마음을 좀더 갈고 닦아 심금을 울리는 표현으로 승화시키란 뜻이군요. 받들어 이행하겠습니다. 조금 더 필력을 키우기 위해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앨범을 한번 훓었다. 구성은 갈수록 좋다. 첫 앨범보단 가사 쓰인 방식이 마음에 들고 구도도 훨씬 좋아졌다. 멤버들 사진 찍는 포즈도 좀 더 자연스러워진 느낌이다. 스튜디오도 점점 좋아진 듯 하다. 
 
그런데 컨셉이 QWER을 향한 내 마음을 시험에 들게 한다. 내가 가진 QWER에 대한 사랑과 동경이 색상 취향을 따질만큼 옹졸한 것일까?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금까지 앨범을 총4개를 개봉했는데 절반은 나를 천국으로 데려갔고 절반은 나를 시험에 들게 하였다. 짜장면/짬뽕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보다 더 시험받고 있는 기분이다. 
 
마지막 앨범은 표지가 파란색 알고리즘 블라썸이다. 어떤 컨셉일까. 만약 열어봐서 취향이 아니라면 마니또 앨범을 한세트 더 사야겠다. 취향이면 후아유 브랜드 콜라보 옷을 몇벌 더 사자. 
 
역시.. 마음이 담기지 않으니 글이 짧다. QWER에 대한 팬심을 매일매일 쓰기 위해 무리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짧아지니 벌써 내 팬심이 줄어들었단 뜻 같아서 슬프다. 
 
 
 


그러니 노래방에 갔다. 역시 노래 부르면서 QWER 뮤비를 보니 가슴이 상쾌해진다. 시연님의 천상급 보컬 발치라도 따라가려니 부르는 내내 죽을 맛이지만 역시 멤버들 얼굴이 예쁘게 조명된 뮤비는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