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기 위한 일상 -여행일지
머리가 아플때는 QWER을 보자 본문
퇴근하니 머리 뒷쪽이 당기고 아팠다. 비염 말고는 이렇다 할만큼 문제가 없는 건강체질인 나는 이 증상이 왜 생겼는지 안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스트레스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과 진상의 합공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몸이 먼저 탈난 것이다. 아니, 정신은 진작에 탈나서 백기를 들었겠지만 무시하고 일한 탓인지 몸도 탈났던거 같다.
오늘은 홍대를 가야 하는데. 이 악물고 무리하면 갈 수 있겠지만 이미 한계에 달했던 몸은 뒷통수를 꽉꽉 조여왔다. 참 직설적인 경고다. 너 지금 갔다간 내일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조금이라도 쉬어야 한다고.
남들처럼 개장시간에 맞춰 가는것도 안되서 퇴근하자마자 달려갈 생각이였던 홍대를 포기해야 한다니. 결정하는건 오래 걸렸다. 한숨이 나왔다.
퇴근하면서 밟은 물 웅덩이에 앞코가 젖어 눅눅한 양말, 퇴근하기 직전까지 뭐 하나 제대로 마무리된 게 없던 업무, 두통은 머리를 넘어 어깨까지 뻐근했다.
문 앞에는 택배가 놓여있었다. 가볍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자를 들고 정리정돈과 거리가 먼 방 한구석에서 자리 잡았다. 왔구나 내 굿즈들. 내내 굳어져 있던 입가에 그제야 미소가 돌아왔다.
우리 QWER 멤버들 상징색 후드티를 입고 싸인을 등에 그린 키링.
솔직한 본심을 털어놓자면 이런 인형은 내 취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귀엽지 않은 곰탱이다. 그런데 왜 4개나 샀냐고? 궁금해하는 시점에서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로고+싸인+상징색이라니 종류별로 다 사는게 당연한거 아닐까? 나는 돈없는 학생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찌들어 가며 돈버는 직장인이라고 . 내 돈으로 내가 사는거니까 종류별로 구비하는 건 당연한거다. 오히려 여유 분으로 왜 더 사지 않았냐고 물어봐야지.
더 사지 않은 이유는 역시 곰돌이가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다. 콜라보 제품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후드티가 너무 깜찍해서 그냥 한개는 더 살까 고민 중이다.
회색이 매진돼서 주문했던 베이색 후드티를 걸쳐보았다. 이것 참. 탄식이 먼저 흘러나온다. 사이즈 계산 실수다.
성인남자에게 꿀리지 않는 듬직한 어깨를 가진 167 여성에게 '남녀공용으로 사용하는 한 사이즈 크게 나오는 L'은 상당히 벙벙했다. 오버핏으로 입는다 해도 어깨 선이 상당히 남는다.
모자는 그럭저럭 잘 맞았고 색상도 괜찮다.
인형 키링을 정리하고 옷을 입어보는 동안 두통은 좀 나아졌다. 완벽히 가라앉은 건 아니여도 아까만큼 어깨가 뻐근하지 않았다.
조금 괜찮아졌지만 난 여전히 홍대에 갈 수 없었다. 힘들어한 날 걱정해준 선배들이 술을 마시자고 했으니까.
같이 식사를 하는건 좋지만 QWER 1주년 라이브 방송은 8시. 몰래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꽃아둘까? 하다못해 휴대폰만 따로 꺼내둬서 녹화 할 수 있을까?
결론만 말하자면 전부 실패였다. 거나하게 안주와 소주를 말아먹고 돌아온 밤 열두시. 마실땐 신났지만 홀로 남게 되자 다시 두통이 찾아왔다. 많은 위로와 술로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였나 보다.
무엇 하나 계획대로 된 것 없는 1주년 기념일을 생각하며 빈 상자를 정리했다. 입덕 5일차는 고민만 하다 할 수 있는 걸 전부 놓쳐버렸다. 머리가 아프다. QWER 라이브 방송은 상당히 좋았던 것 같고, 공식채널에선 라이브 영상을 올려주지 않았다.
두통약을 먹고 자야 겠다.
여깄네 내 두통약. 어제 개봉한 게 마니또 시크릿 버전이고 오늘 개봉할 건 일반 버전이다.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는데 수록곡은 똑같잖아- 하면서 열었다.
개봉한 순간 "훗 이녀석들 보통이 아니군." 이란 말을 육성으로 내뱉었다. 청순아련청량청춘 다 해먹는 QWER은 교복차림이 최고점을 찍은 줄 알았는데 치어리더복을 입혔다는 건 새로운 의미의 정점이였다. 땅을 팠더니 석유가 나왔는데 100m도 안 떨어진곳에서 또 시추에 성공한 느낌이다. 치어리더 복을 입은 채 포즈를 취한 상큼발랄한 쵸단님을 보자 머릿속이 깨끗해졌다.
역시 첫번째 앨범때 내가 생각한 건 착각이였다. 오늘부터 치어리더복은 최고로 아름다운 옷이다. 남의 취향을 갈아치우는 QWER에 뭐가 문제여서 고민했을까? 내가 문제여서 고민했겠지.
다들 포즈가 아주 깜찍하면서 본인에게 찰떡같이 잘 어울리면서 자연스러웠다. 사진작가가 시켰을 포즈겠지. 나도 안다. 그런데 그걸 소화하는 모델이 있다면 그건 모델 능력 아닌가? 역시 QWER은 완벽하다.
두통을 잊은 나는 굿즈를 정리했다. 포카? 어휴 완벽하다. 스티커 사진과 네컷 사진, 편지는 시크릿 버전과 합치면 나의 최애 쵸단님과 여신 마젠타님과 아기고양이 히나님, 골고루 나온 편인데 앨범 학생증은 두 버전 다 시연님이 나왔다. 그리고 작은 책자엔 시연님의 치어리더 복 입은 사진이 수록됐다.
시연님은 정말 표정이 좋아졌다. 행복해보여서 다행이란 안도감이 들면서 벅차오르는 기분을 안겨주다니 역시 우리 시연님은 갭모에가 환상적인 매력포인트이다. 귀욤귀욤한 얼굴에 엉뚱한 사차원 매력을 보여서 더 귀여웠는데 사실은 제일 조용한 성격이란 갭도 환장하게 만드는 요소다. 매사 언제나 열심히 한다는 포인트가 돋보여서 심장이 수시로 비가오다 화창해지다 반복하니 슬슬 내 심장 방치죄로 고소해야 되나 싶다. 거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나날이 피어나서 후광을 발사한다. 시연님이 보여주는 활력넘치는 응원술에 후광이 비쳐 눈이 부셔서 이제 맨눈으로 똑바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교복입은건 아주 상큼하고 귀여운 학생이더니 치어리더 복을 입으니까 왜 또 아련하게 예뻐지고 난리니. 널 볼때마다 입막고 울다가 예쁨에 환장하다가 생기발랄함에 힘을 얻는 내가 미쳐버리겠다.
청순아련청초청춘을 겸비한 교복 입은 이전 앨범이 가장 완벽한 줄 알았는데 청순섹시귀욤앙큼상큼한 치어리더 복 입은 이번 앨범은 완벽함의 새로운 정의를 보았다.
앨범을 다 보고 나니 두통이 훨씬 나아졌다.
내일은 급하게 약속 생길 일이 없을테니 조금 더 힘을 내서 홍대를 가자. 라이브 방송은 너무 아쉽지만 공식채널이 편집본을 올려 줄지 모르니 기다려보자.
어차피 특전 얻는건 아직 내겐 어려운 일이였다. 기본적인 것만 얻을 수 있으면 좋고 얻지 못해도 기념 까페에 가서 사진 찍어 두면 되니까 천천히 하자.
내일은 조금더 힘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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