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에게 부치지 않을 편지
2025.01.25 QWER 온라인 팬콘서트 후기. 본문
친구가 말했다. 라이브 뷰잉이랑 온라인콘서트랑 다르다고. 라이브 뷰잉은 극장에서 하는거고 온라인콘서트는 인터넷으로 송출하는거라고.
그러니까 내가 1월 25일 울면서 본 그건 온라인콘서트, 줄여서 '온콘'인 것이다.
과연 그렇구나. 나는 QWER 온라인콘서트를 본거다. 일단 그에 대한 후기를 쓰려는데 스포가 너무 많아서 말하기도 민망하다.
공연순서는 그렇다 치고 보면서 하도 그때그때마다 적었다 보니 온갖 내용이 다 적혀있어서 어디까지 말해도 되나 싶지만,, 한번 해봐야지.
우선 아이돌 마스터 친구가 큰 화면으로 봐야 한다고 태블릿을 싸들고 왔다. PC 방에서 헤드셋끼고 관람할까 생각했는데 집에서 편히 배달 음식 먹으면서 보는 최고라는 경험자 말은 마땅히 신용해야 한다.
일단 그날의 빡빡했던 일정을 끝내고 온콘 시작 20분전 후다닥 굴러들어와 위버스 사이트에 접속했다.

콘서트 대기 화면은 QWER 콘서트 포스터. 일단 화면만 봐도 행복해져서 양쪽 볼을 감싸안고 하앙- 거렸다. 전형적인 일본 만화 캐릭터 같은 표현인데, 화면 속 그/그녀들이 왜 그런 자세를 취했는지 이해가 간다. 내가 그러고 있었으니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6시 정각에 시작해야 할 콘서트는 조금 더 지연될거란 공지 화면을 띄우고 여전히 포스터에 고정돼있었다. 괜찮다. 문제 없다. 인터넷으로 송출해준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QWER 포스터는 완벽해서 같은 자세로 1시간정도 감상해도 질리지 않는다. QWER 노래도 반주로 흘러나오고 있으니 감상하기 더없이 적절한 시간이였다. 마침 배달음식이 지연된 시간 사이 왔다. 콘서트를 방해없이 따듯한 음식을 먹으며 볼 수 있어 운이 좋았다.
한10~20분쯤 지연된 뒤 갑자기 인트로 영상이 재생됐다. 쵸단님이 섹시하게 머리 묶고 있는데 카메라가 자꾸 귀나 입술을 가까이 당겨서 찍는다. 잘했어요. 아주 행복하군요. 그리고 젠타님이 김장하는 아줌마처럼 입고 뭔가 파묻고 계신다. 귀여워. 히나님은 비오는 날 창문에 서서 얼굴을 자꾸 보여준다. 훌륭해. 시연님은 약간 일본 드라마에 나올법한 옷을 차려입고 소파에서 폴짝거리고 있다. 깜찍해. 그러다 다 같이 보여서 코타츠에 들어간다. 원더풀.
인트로 영상이 끝나고 무대가 열리며 QWER 이 등장한다.
분홍색 과잠? 을 차려 입고 걸어나와서 부른 첫곡은 'Discord'
바로 눈물이 터져나왔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드디어 단독 팬콘서트에 큐티섹시깜찍뷰티풀하게 차려입고 첫곡인 디스코드를 불러주다니. 벅차오름과 감동, 대견함, 기특함. 그런 온갖 단어가 섞여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함께 관람해주던 아이돌마스터 친구가 손수건을 건냈지만 눈시울만 붉히고 울지 않았다. 눈물이 나오면 시야가 흐려져서 콘서트를 감상할 수 없다.
오늘따라 멤버들 미모가 고점을 찌른다. 날마다 새롭게 아름답지만 오늘따라 더욱 색다르게 눈부시다.
연달아 '지구정복' 과 자유선언'을 부르는데 둘다 미치도록 눈물날거 같았다. 엔딩포즈를 모두 통일해서 손을 흔들어주는데 카메라가 한명한명 줌인으로 보여줘서 과호흡 올뻔했다. 특히 콘서트 버전이라고 자꾸 변주가 들어가거나 각자 파트 솔로가 늘어나서 정보 수용량이 과했다. 제발 소속사에서 DVD로 팔아줬으면 좋겠다.
세 곡을 연달아 부른뒤 각자 인사를 하는데 간만에 목소리 들으니 어지러웠다. 콘서트 현장에서 듣고 싶었다.
관객들과 같이 함성을 지르려고 함성 퍼즐! 외치고 고개 숙이는 쵸단님은 귀여워서 숨넘어갈 거 같았다. 다들 수습해주려고 계속 멘트하는것도 하나같이 빼먹을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였다.
'SODA'는 진심 귀엽다. 전곡 다 부르니 더 아름답다. 히나님 목소리는 왜 그렇게 깜찍하고 귀요미할까. 7대 불가사의에 편입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수수께기 다이어리'는 무의식중에 따라 부르다 내 입을 막았다. 내 목소리에 먹혀 소리가 안들리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나온 VCR. 예전에 말했던 먹방이 나오는 것보고 육성으로 '하하하' 와 '꺅꺅꺅' 중간쯤에 위치한 기묘한 소리를 냈다. 원피스에서 나온 캐릭터들 웃음소리가 왜 그리 희안했는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였다. QWER 공식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최애의 아이' 시리즈 외전편에서 멤버들이 반장난식으로 했던 회의 아이디어를 정말로 실현하다니. 정말 예측 불가이다. 야식 메뉴는 QWER 팬인 나는 오오 하면서 감상하고 있는데 아이돌마스터 친구는 짬밥으로 바로 예측했다. 유닛 떡밥이라고. 그래서 어? 하면서 봤는데 정말로 유닛무대가 나오는거다.
정말 좋아하는 정장 착장에 쵸단님과 젠타님이 '달리기'를 부르는데 내가 넘어갈 뻔 했다. 쵸단님은 원래 노래 잘하는거 알았는데 젠타님이 한곡을 통째로 부르는건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노래 중간중간 댄스 대신 워킹을 하는데 꽤,, 잘했다. 다리 아픈 쵸단님이랑 몸치 젠타님이 여기까지 해내다니.
그리고 노래 유닛이 끝나자 댄서들이 나오길레 콘서트마다 중간중간있다는 댄서타임인가~ 하고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히나님 등장을 놓쳐버렸다. 히나님이 힙합 댄스를 춘다고? 끼루룩 소리를 내다가 입을 막았다. 그리고 시연님도 나오길레 굉장히 보기 좋았다. 그렇지, 쵸단님과 젠타님은 노래 잘하니까 가창력을 보여주고 히나님과 시연님은 기본적으로 댄스감각이 있으니까 새로운 모습을 ~~ 좋아. 기획잘했다. 팬콘서트 다운 멋진 기획이다.
그다음엔 또 VCR이 나왔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고민중독 컨셉으로 영상을 찍었다. QWER 청춘록 후속작인가.. 역시 좋다. 팬서비스가 아주 훌륭하다. 김계란 특별 등장에 도넛으로 잠이 깨는 시요밍까지 어느 하나 거를 타선이 없었다.
멤버들이 각자 하고 싶은 노래로 툭닥거리는데 전부 다 듣고 싶었다. 헤비메탈 버전도 듣고 싶...
'메아리'가 흘러나오는데 너무 감동적이였다. 수록곡은 공연을 잘 안해서 그런지 히나님이 기타칠때 고개를 계속 푹 숙이고 있었다. 요즘 들어 기타치는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앞을 보고 쳤는데, 오랜만에 엄청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했다. QWER, 우리 정말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구나.
'사랑하자'까지 연달아 부르고 난 뒤 토크 시간이 생겼다. 그래 시요밍 목을 아끼자!!
유닛무대에 대해 토크하다 또 나온 드립 -나는 보컬인데!' 정말 팬이라면 알아듣고 웃을 수 있는 멘트가 오가니 즐거웠다.
그 다음 토크 시간은,,, 적지 않겠지만 [외계인은 배고파]에서 젠타님이 젠타스킨을 뽑은 건 몹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버스킹할거면 일정만 알려주세요 따라갈께!!
'안녕, 나의슬픔' 은 앉아서 연주했다. 연주장면만 봐도 감동이야.. 연달아 '대관람차'할때 세명이 모이는 퍼포먼스도 귀여워! 머리쓰다듬어주기도 그래!
VCR이 한번 더 나왔다. 이제는 옷갈아입기란걸 알아서 그런지 그렇구나~ 하면서 감상했다. 찾지 못한 퍼즐은,, 거기 있었구나. 착장은 분홍색 체육복+과잠- 정장&힙합- 교복- 학교 체육복 순서로 바뀌었다. 콘서트할때마다 4번은 갈아입는건가? 엄청 힘들겠네.
'내 이름 맑음', '가짜 아이돌' 무대까지 보다가 문제가 생긴걸 알아챘다. 큰일이다. 한곡한곡이 너무 명곡이고 무대 하나하나가 다 레전드라서 앞에서 봤던 무대가 기억 안나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그동안 대학축제에서 보여준 것과 달리 변주나 편곡도 있고 멤버별 솔로파트가 늘어나서 전부 개성이 남달라서 그런지 무대 하나를 보면 앞에 봤던 무대를 까먹어.. 무섭도다 QWER!
그치만 '고민중독'은 절대 잊지 못하지. 체육복은 최고야. 응원솔까지 흔들며 치어리딩 하는 시요밍은 언제나 화이팅이지. 아이돌마스터 친구가 한번더 휴지를 건냈지만 이번에도 근성으로 참아냈다. 정말 최고의 순간들을 모아본 느낌이다.
이제 마지막 VCR, 멤버들 손편지가 나오는데 이쯤에서 세번째로 눈이 붉어졌다. 다행히 흐르진 않았다. 흐르진 않는구나~ 생각하며 감상했다.
'불꽃놀이'를 연주하는데 멤버들 착장이 콘서트 굿즈인 후드티,,에다가 동물귀? 그것도 진짜 동물귀 같은 털 복실복실한 귀? 딱봐도 알겠다 쿼카 여우 고양이 햄스터!!
포토 타임을 좀 가지고, 정말로 마지막 곡은 '별의 하모니'였다.
얼마전 친구가 물어봤다. QWER 곡 중 제일 좋아하는 곡이 뭐냐고. 그자리에서 생각나는 수록곡은 전부 다 읊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 반해버린 노래는 단 하나. '별의 하모니'였다. 그런데 마지막 곡으로 별의 하모니를 부르다니. QWER이 제일 처음 부른 곡이 콘서트 제일 마지막에 나오다니. 노래가 끝나고 다들 울먹이면서 커튼콜 인사를 하는데 나도 눈물이 나왔다. 이번엔 진짜로 눈물이 흘렀다.

벌써 3일전에 봤지만 이제야 후기를 쓰는 이유는 그날 당일 내가 몸져누웠기 때문이다.
공급이 과했다. 따끈따끈한 배달음식은 공연 도중 한점도 집어먹지 못해서 친구가 먹여주다가 콘서트가 끝나고서야 깨작깨작 몇번 씹었고, 팬까페도 못들어갈 정도로 QWER 이 충만해서 아무 생각도 못했다.
나는 MBTI 중 극한의 'N'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안한다'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극단적인 예로 신호등을 건널때 교통사고가 난다면 큰 병원에서 수술 후 재활치료 받고 장애등급 받는 것까지 생각할 정도인데, 콘서트가 끝나고 눈감고 누워있으니 아무 생각도 안했다. 이게 정말 아무 생각도 안하는건지 QWER에 대한 생각이 꽉차서 다른 생각을 못하는건지 여운이 너무 커서 사고능력이 파업했는지 잘 구분이 안간다.
어쨌든 그날 밤 난 정말 아무 생각도 안하고 누워서 아무 생각 안했다.
그래서 원래는 그날 당장 썼을 콘서트 후기가 늦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미룰 수 없는 일. 수첩을 세장정도 채운 콘서트 후기를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 내일은 히나님 생카를 가야하니 오늘은 써야 했다.
... 콘서트 라이브 후기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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